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인터뷰
- 일시 : 2010. 2. 5
- 장소 : 여의도 더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 대담 :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지난 1월 27일 영등포 민주당사 대회의실. 충남 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연설은 포효에 가까웠다.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임에도 참여정부 내내 고난과 시련을 겪어야만 했던 그는 평당원으로 민주당을 꿋꿋이 지켜내고 민주당 최고위원이 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후 오는 6.2지방선거 충남 도지사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동지적 관계'로 불리웠던 안희정, 그를 여의도 더좋은민주주의 연구소에서 만났다. 안희정 - 지난달 27일 출마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금 더 상황을 보면서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도 했는데, 빨리 선언을 해야 틀을 짜는데 더 좋겠다 싶기도 하고 2월 2일 예비등록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2인자 노선의 충청도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마음,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 통합,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미완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 균형시대, 새로운 분권시대를 열어내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2월 2일에 후보등록하고. 어제 처음 서산시를 방문했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충남도내 16개 시군을 하루 일정으로 잡아서 방문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주요한 지역의 기관과 단체들을 방문해서 저의 출마인사 그리고 상견례를 하는 것으로 이번 한 달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상철 - 그러시군요. 다녀보시니 현장에서의 느낌은 어떻습니까? 최근 보도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2위 후보에 비해 약 4% 정도 앞서는 걸로 나오고 있는데요. 그 수치가 피부로 느껴지시던가요? 안희정 - 제가 자체적으로는 여론조사를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해서 뭐라고 말씀드리긴 좀 그렇습니다만, 여론조사 결과들을 말씀해 주시고 격려해 주실 때마다 제가 고무되고 용기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신상철 - 이번 충남 도지사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세종시 문제가 가장 커다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출사표를 던지시면서 ‘분권과 균형의 새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신 것도 세종시 문제에 비중을 크게 두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최근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현재 국민들이 보기에 세종시 원안고수와 수정안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회적 이슈화가 되다보니 참여정부가 세종시를 구상했던 의미와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요약해 주시겠습니까? 안희정 -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폄훼하고 있습니다. 아주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던 균형발전과 세종시 안은 역대 모든 정부가 추진했지만 끝내 실패했던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경제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참여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해결의 물꼬를 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노무현 대통령의 표몰이를 위한 선거공약으로 폄훼하는 것은 그들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과밀화문제를 풀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수도권을 이대로 두다가는 너무 비대해지고 비효율을 야기해서 국가발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과밀화 대책을 늘 발표했었죠. 그린벨트 등의 각종 규제 정책을 만들었고, 심지어 김영삼 정부는 화끈하게 공장총량제까지 도입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답죠. 공장총량제라는 것은 한 지역 내 공장의 총 수를 합산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신규 허가를 규제하는 제도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왜 역대 정부가 이렇게 그린벨트도 모자라 공장총량제까지 해야만 했을까요? 그것은 수도권과 서울 과밀화 문제가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다주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누구라도 풀었어야 할 문제였는데 아무도 못 했습니다. 그 문제를 노무현 정부 들어 비로소 16개 시도지사님들과 참여정부가 함께 합의해서 정부 부문의 지방이전을 골자로 하는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대책을 세운 겁니다. 이렇게 합의된 국가 정책을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때의 포퓰리즘적 선거공약이라고 이야기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저는 묻고 싶은 겁니다. 그것은 참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고 정운찬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얄팍한 역사인식을 그래로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상철 - 네, 수도권 과밀화 대책과 지방균형발전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한편으로 세종시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 뿐만아니라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와의 연계 발전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아니겠습니까? 지금 한나라당에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겠다는 데에 지방의 각 지자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안희정 - 행복도시, 세종시를 지켜내는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구요,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와 지역 발전을 원하는 지역 분권세력들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지금 행복도시와 세종시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보고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장들께 묻고싶습니다. 이게 지금 충청도만의 불이냐,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당신들께서 직접 사인을 하지 않았느냐.. 한전, 도로공사, 주택공사 등 전부 합쳐서 정부 공공기관 175개를 전국 10개의 혁신 도시의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 각 자치단체장이 합의해서 분산 분배를 한 겁니다. 분배를 무원칙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5+2 경제광역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은 참여정부 때의 균형발전안입니다. 정부가 총 7개의 전국 경제 광역권에 특화된 발전전략에 따라 유관 공공부문을 각자 분배한 겁니다. 이렇게 분배를 해서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혁신도시안을 짠 것이고 중앙정부부처는 행복도시로 내려오기로 해서 문제를 풀었던 거죠. 그러면 수도권은 다 빼앗기는 것이냐?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아닙니다. 수도권도 이득을 봤습니다. 경기도도 이미 이 분산정책에 합의하고 각 시도단체장들이 합의해줌으로써 경기도도 외자유치 및 외국인 기업투자나 국내신설투자를 수도권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허용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주 LCD단지, 기흥의 삼성반도체 제2라인, 평택의 쌍용자동차 등이 이 균형발전과 행복도시의 합의 결과로서 수도권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가 수도권에서 얻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나름대로의 유치 전략과 연관성을 살려서 기업과 금융, 자기발전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그래서 서로가 수도권도 좋고 지방도 좋은 것이 세종시 계획인데,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는 순간부터 상생이 아니라 서로 대립하는 구도가 되어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김문수 지사는 수도권의 몫을 빼앗아서 지방이 잘 살겠다는 논의인 것처럼 막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운찬 총리와 이명박 정부는 결과적으로는 수도권 몇 개 빼앗아서 지방으로 데리고 내려가는 수준으로 행복도시를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분들의 이러한 태도가 그분들의 세종시 수정안을 몰역사적이라고 의심하게 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신상철 - 한나라당에서 세종시 원안을 뒤집겠다는 논리로 행정비효율을 들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백년대계 운운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희정 - 행정비효율, 어떤 게 비효율입니까? 장관님들이 청와대 업무보고하러 가시는 데 과천서 차를 타고 가시다가, 이제 오성에서 KTX로 타고 가야하는 것이 비효율입니까? 저는 비효율이라고 말하는 근거를 잘 모르겠습니다. 비효율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려면 전국의 16개 시도지사와 230개 지방기초단체장들이 과천에 몰려드는 비용은 왜 계산 안합니까? 국토중앙부에 있는 연기지역이 전국단위의 자치정부를 생각한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말하는 비효율이 거리의 문제라면,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청와대가 내려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봅니다. 간단한 것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하기 싫은 당신들 마음의 문제인 것이지 비효율을 언급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상철 - 한나라당에서 당내 갈등을 야기시키면서까지 원안을 수정, 아니 사실상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폐기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배경과 진짜 속사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공식루트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세종시 문제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접는다 해도 크게 손해날 것 없는 문제다, 4대강 하기 위해 예산 전용의 문제등 여러가지 이유로 밀어붙였는데 막상 불가능해지면 (세종시 수정안을) 접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기도 했는데요? 안희정 - 그분들이 어떠한 꼼수를 가지고서 정략을 부리는 것까지 우리가 해석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다만 행복도시를 폐기하는 것은 명백하게 수도권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대권에 야망을 가진 김문수 지사가 마음 놓고 수도권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방의 표를 의식한다면 김문수 지사가 그렇게 못할 겁니다. 제 정신 가지고서는... 그분도 대통령하고 싶으신 양반일 텐데. 그런데 왜 그분이 그렇게 얘기할까요. 그 얘기는 뭐냐면 '충청도 사석작전'을 써도 수도권 표만 지키면 (정권재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고, 덧붙여 영남의 지역주의와 수도권 지역주의를 선동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이 믿는 구석, 이 분들의 정치철학의 원천이 뭐냐? 경제성장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경제성장하겠다는 거냐? 그 핵심은 땅값 올려주겠다는 겁니다, 오세훈도 이명박도 김문수도 역세권개발해서 땅값 올려주겠다는 것이 이분들이 선택되고, 이분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이 분들의 정치철학입니다. 그렇게 봤을 때 수도권이 앞으로 더 미여 터져야만 땅값이 앞으로 계속 올라갈겁니다. 이들의 생존철학 자체가 땅값 올려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철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행복도시 폐기안이라는 겁니다. 신상철 - 네, 매우 신랄하고 예리하게 정곡을 찔러주셨는데요, 안희정 최고께서는 "제가 승리하면 도지사가 갖고 있는 권한을 다 동원해 지켜낼 것"이라 하셨고 덧붙여 "행복도시 세종을 더 큰 세종으로 만들겠다. 더 큰 세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도 추진할 것이고 분권과 균형을 요구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개헌도 추진하겠다는 부분은 어떤 점에서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주시겠습니까? 안희정 - (참여정부가 애초 구상했던) 행정수도를 하자는 겁니다. 신상철 - 행정수도를 그대로 하자. 탄핵발의 전 행정수도 원안으로 가자. 안희정 - 예, 비효율이 그렇게 문제라면 행정수도로 가자. 행정수도라면 비효율이고 뭐고 아예 시비와 문제제기가 되지 않을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 박근혜, 이회창 씨에게 저는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그 행정수도 위헌판결을 끌어내서 오늘날 이 빌미를 주지 않았느냐, 진정으로 균형발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원래적인 입법추진을 살리겠다고 싸운다면 그것의 가장 최후의 행위는 행정수도를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봅니다. 신상철 - 그렇죠. 행정수도를 위헌 시비로 한쪽 다리 잘라놓고, 한쪽 다리로는 불편하니 마저 잘라버리고 휘체어 타고 다니자는게 이명박식 폐기안인데.. 안희정 최고께서 최초의 원안 - '행정수도로 가자'는 말씀이시군요.. 이틀전인가요? 전태신 행정실장이 "행복도시를 하면 사회주의 국가 된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일었는데요 그에 대해 코멘트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안희정 - 하도 말이 안 되는 발언이어서 뭐라 코멘트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국가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참여정부 때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일하면서 행복도시의 원안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그것이 폐기 논리라고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이.. 참.. (너무 기가막혀 허탈한 표정으로 말문이 막혀버린 안희정 최고위원) 신상철 - 세종시 문제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행보와 발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약속에 대한 신의’라는 측면에서 충청도민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세종시가 한나라당에서 야기한 지금의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그 원안이 고수가 되든, 수정이 되든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표가 그 과실을 고스란히 따먹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십니까? 안희정 -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영속적인 발전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는 우리가 이 문제를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 박근혜 씨가 이 문제에 대해서 자기 소신껏 이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그것은 국민에게 박수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보수주의 진영 내에서 소신 있게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니 폐지하자고 주장한다면 우리가 박수를 보내줘야죠. 네. 다 똑같은 이치입니다. 균형발전과 17대 국회의 입법사항에 대해 원칙 있게 신의를 지키자는 말이 옳다면 그것도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죠. 그런 정도이지, 그걸 가지고 아둥바둥하면서 시기 질투할 문제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상철 - 하지만, 과거의 여러 행보를 보았을 때 아주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초기엔 과감하게 반대하여 박수를 받다가 결정적일 때 돌아섰던 과거 몇 번의 쓰라린 기억도 있고.. 세종시 문제를 통해 대권주자로서 충청도 지역에서의 입지를 굳이기 위한 전략적 스탠스가 아닌가 하는 시각, 그리고 최근 어느 자리에서 안희정 최고위원님께서도 조금은 후한 평가를 주셨는데? 안희정 - 사람의 평가에 대해서 그렇게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어떤 해당 사안에 대해서 국회의원의 입법 과정의 투표 결과로써 그 사람의 정치행위를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우리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마 있다면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냈고 지난 시절 박정희 정권과의 뗄래야 뗄 수 없는 역사적인 영역성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대표의 위치와 그 누가 함께 섞일 수 있다고 얘기 하겠습니까. 우리가 다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역사와 정치의 큰 흐름 내에서 매번 시기마다 자기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그건.. 상황에 따라.. (되는 것이지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죠.)
"2인자 노선의 충청도 역사를 다시 쓰겠다."
신상철 - 안녕하십니까.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지난 1월 27일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셨구요,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근황은 어떠십니까. 예비후보 등록은 하셨습니까?
신상철 -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이번 출마 선언을 하시면서 매우 기억에 남을만한 연설로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에 대해 말씀들을 주셨는데요, 이건 조용하게 질문을 드리는 건데요,(웃음) 주변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는 말이 ‘안희정 최고위원의 연설이 날이 갈수로 좋아진다..’라는 말인데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연설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안희정 -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문장을 짧게 끊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두 가지 정도는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건데요. 변화가 있었다면 평가에 대해, 어떤 평편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제가 진심으로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신상철 - 네, 진심으로 말하면 그 진정성이 통하고 그것이 듣는 이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말씀이시군요. 안희정 최고위원 께서는 연설에서‘충청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2인자의 역사’라는 표현은, 충청도민으로서는 다소 아플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되는데.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국민의 정부' 탄생을 가능케 했던 소위 DJP 연합에서 당시 충청도의 선택에 대해 어떤 소감을 갖고 계신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묻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안희정 - 글자 그대로입니다. 충청은 영.호남의 패권집단에 대해서, 역사적으로는 지역주의 구도 내에서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은 피해자입니다. 영남과 지역주의정치라는 특권 틈바구니 내에서 충청은 항상 센 쪽에 서는 것을 선택하는 정치 행태를 늘 보여주어 왔습니다. 그것이 충청도에서 자라고 성장해 온 저에게는 굉장한 모멸감이었고요. 그런 점에서 충청도가 ‘2인자 노선’이라고 했던 것은 김종필 총재가 표현했던 줏대 없이 센 쪽에 서고 싶어했던 지난 정치노선에 대한 저의 비판입니다.
(JP께서) 지난 시절을 보면 DJP공조 때는 김대중 대통령과 하루는 공조를 선언하시고 선거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인기가 없어지면 공조파기를 선언하면서 늘 시류에 편승했지요. 오늘날에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행복도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라고 얘기를 해서 이 대통령이 듣기 좋은 지지발언을 하시더군요. 그런 태도들이죠. 그러한 태도들이 왜 나왔는가 봤을 때, 저는 소시적엔 충청도 선배 정치인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습니다만, 지금 돌이켜 보면 지역주의 패권 정치 틈바구니 내에서 평부가 안아야했던 비애의 역사로써 저는 이해하려고 합니다.
선배 정치인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충청도의 지역주의, 패권정치에 틈바구니에 낀 충청도의 슬픈 역사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그 역사를 극복해보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극복을 할 거냐. 충청도에서만 알아주는 정치인은 키우지 말라는 겁니다. 영남에 가든 호남에 가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정치인을 충청도 정치인으로 키우면 그것이 충청도가 2인자 노선, 센 쪽에 붙는 줏대 없는 지역, 줏대 없는 그 모멸감을 극복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또 정당생활 20년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왔습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사실상 제 주소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경상남도 양산 보궐선거의 선거대책본부장을 하면서 박빙의 승부로까지 끌고 가보았습니다. 이런 충청도 사람을 키워주어야 된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충청도민에게 하고 싶은 거죠.
신상철 - 국민의 정부때 DJP연합 뿐만아니라, 참여정부 출범 때에도 정몽준 씨와의 후보단일화 그리고 공조, 비록 대선 하루 전 파기되긴 하였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김대중, 노무현 두 분과 같이 걸출한 정치 지도자 분들도 연합과 공조를 통해 대권을 승리로 만들 수 있었다는 현실이, 그만큼 우리 진보개혁진영이 독자적인 힘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한 셈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희정 - 아닙니다. 그건 슬픈 역사였고 극복되어야 할 역사입니다. 그러나 충청도민들은 이미 극복했습니다. 2002년도에 지역과 아무런 연고와 상관이 없지만 노무현 후보를 비호남지역에서 충청도가 가장 높은 비율의 지지를 해줬습니다. 정책과 소신을 보고 정치인을 선택해주고 키워주면 되는 겁니다. 저희는 2002년에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로서 얻어낸 행정수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균형발전에 가장 지원을 받는 지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지역의 좋은 선택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당의 노선으로 충청도가 회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신상철 - 지난 대선에서 보듯이 한나라당은 이명박과 이회창이 갈라섬으로써 사실상 보수진영이 나뉘었는데도 민주당 정동영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바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공조의 대상 혹은 캐스팅 보트로서의 충청지역이 자유선진당의 등장으로 이회창 세력으로 많이 흡수된 듯한 상황인데 안희정 최고께서 충남도지시가 되신다는 가정 하에 앞으로 충청지역에서의 정치지형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계십니까?
안희정 - 지금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것은 민주당입니다. 자유선진당이 아닙니다. 충청도 도민들의 민심과 그것을 대표하는 정당체제의 모순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유선진당이 1, 2등을 다툰 적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선거에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뽑는 것입니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충청도민은 얼마든지 원칙과 소신을 갖고 정책을 중심으로 좋은 후보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대안이 준비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지역 정당으로 돌아가는 투표행위를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충청도민이 이미 충분히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상철 - 그리고,‘2인자의 역사’는.. 역설적으로 ‘1인자’에의 도전의지를 함축적으로 내비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웃음)
안희정 - '2인자의 역사' 언급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당의 역사에서 흐름을 이끌어나가는데 저 또한 큰 포부를 갖고 도전을 하겠다는 저의 의지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1인자'라고 표현되어지는 그 자리를 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저로서는 먼 이야기이고 당장은 꺼내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상철 - 음.. 의도적으로 피하시는군요.(웃음)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께는 우광재와 좌희정이 있다는 말이 회자될만큼 대통령님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으셨습니다.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참여정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가능케 했던 일등 공신임에도 참으로 많은 고초를 겪으셨기에 우리 진영 내 모두의 가슴에 짠한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당사자인 만큼 그 아픔의 세월들이 깊은 회한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시대적 배경이든, 특정세력이든 그 누구에 대한 원망같은 것은 없으십니까?
안희정 - (잠시 침묵).. 있다고 할까요, 없다고 할까요? (웃음) 노무현 대통령께서 늘 같이 일하는 기간 내에 우리를 같이 일하는 젊은 참모들에게, 이 사람들은 나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에 충성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늘 하셨죠. 그래서 누구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한 개인의 충성심으로부터 참모와 관계를 맺어오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희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맺어왔던 그 의리와 충성심은 역사에 대한 충성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과정에서 설령 고난과 좌절을 겪었다 할지라도 그건 제가 선택하고 맞닥뜨려야 하고 짐져야 할 제 역사일 뿐이지 남을 원망해야될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그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아주 편안하게 잘 보냈습니다.
신상철 - 2007년인가요? 책을 내셨는데요. 그 속에 '너무 늦게 깨닫았습니다'라는 글을 통해서 당시를 회상하며 스스로 담금질의 시간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책 타이틀도 담금질이었죠? 하지만 정치 현실을 놓고 볼 때 정치자금법의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것이 안희정 최고위원에 특정되어서 어찌보면 우리 정치현실에서의 희생양이 되신 셈인데, 정치인들이 정치에만 충실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현실과 괴리된 법으로부터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은데요. 소위 '오세훈법'이라고 일컫는 그 법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 어떻게 보십니까?
안희정 - 2003년 대선자금을 수사했던 것은 도덕운동을 하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일 원 한 푼 안쓰는 선거와 정치문화를 만들자고 시작했던 것이 2003년 대선자금 수사의 본래의 역사적 의미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와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서 들어가는 비용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제도화 할 것이냐, 이 주제를 풀어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소위 말하는.. ‘오세훈법’이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명칭인데 이제 너무 써버렸으니까.. 그러나 어찌되었든 ‘오세훈법’의 핵심은 자기 떠먹을 우물 아니라고 거기에다 침 뱉고 가는 격이죠? 그 누구도 지켜내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언론과 일반시민여론은 정치인을 마음껏 비난하고 혐오하는 데에 충분히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그것을 마음 놓고 비난하면서 도덕운동 쪽으로 접근을 해버리니까 거기에 휩쓸려서 제도를 비현실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래서 2003년 대선자금수사와 이것은 50%의 성과 밖에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제도로 정착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50%의 성공은 뭐냐? 유권자로부터 정치인이 압박받는 낡은 돈 선거 문화의 단절의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성과가 있었던 역사적 전환이었습니다.
그러나 돈을 주고받는 돈 선거의 정치문화를 단절시켰던 측면에서는 기여를 했지만 그렇다고 돈 한 푼 안 쓰는 선거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 돈이 들어가는 정치자금의 제도를 조금 더 현실가능하게 제도화를 시켰어야 했는데, 그 제도화시키는 영역에서 오세훈 씨 같은 사람이 얼른 도덕적 담론을 들이대면서 밥 먹고 화장실도 안가는 사람들처럼 법을 만들어놓으니 조금 왜곡되었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이죠. 앞으로 민주주의 과제가 이 문제를 풀어내리라 봅니다.
신상철 - 조금 주제를 비틀어서요, 지금 MB정권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많은 부조리함과 부당함, 예를 들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꾸어 추진하면서 낙동강 9개 구간중 5개구간을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 고등학교, 포항 동지상고죠? 그 동문 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수주를 주는 등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행태들을 보며, 또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경찰과 검찰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참여정부 인사들은 참으로 순진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이명박 정권을 겪으면서 우리가 갖는 일반적 정서이기도 한데,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손에 쥐었어야 할 권력을 너무 쉽게 놓아 버렸던 것은 아닌가.. 등의 생각을 말하는 거거든요..
안희정 - 그 영역에 대해 아직 결론을 못 내렸습니다. 다만 생각은 많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 실현가능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예를 들어서 92년도에 김영삼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마자 제일 먼저 손 본 게 누구냐면, 박철언이었습니다. 저는 박철언 씨 손보는 것을 보면서, ‘참, 그래. 권력을 잡으면 저런 거지’ 박철언씨는 그 만큼 지난 노태우 정부의 권력 핵심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겠구나 싶었었는데, 그런데 막상 김영삼 대통령이 소위 ‘빠찡꼬사건’을 계기로 박철언 씨를 손을 봤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박철언씨와 박철언씨 부인 옥중당선 돼버리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역사에서 복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진정으로 승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단순히 도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수를 한다고 했지만 복수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방식의, 내 칼끝의 짜릿한 쾌감을 가지고 상대를 제압하는 복수는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거기에는 그 칼끝에 자기가 베이게 되고 역사가 왜곡되어져버리는 겁니다.
우리가 고상한 원칙주의자여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역사를 극복하고 역사의 승리자가 되는 길은 상대와의 멱살잡이 때문에 우리가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과거로 만들어버려야 합니다. 그것을 과거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손을 봐야할 것들이 있죠? 끝을 봐야할 것들... 우리가 설령 권력을 잡는다 해도 지금 현재 권력 편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해 내는 것이 우리의 복수는 아닐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우리가 만들어온 민주주의 헌법체제의 불안정성입니다. 부당한 권력 하나가 민주질서를 이런 식으로 흐트려놓는구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좋은 칼과 도마였는데, 바뀌어서 갑자기 백정이 잡으니까 갑자기 그 칼과 도마가 살인무기가 되어버린다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정말 극복하고 싸워야할 대상은 그 민주주의 헌법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질서의 완비에 있는 것이지, 우리가 당했던 고통에 대한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분풀이해야 할 영역은.. 탈곡기 돌렸는데 탈곡기 날이 사방으로 튀어버리는 거예요. 누가 볏단을 잡고 탈곡기를 돌리더라도 안전하게 볏단을 탈곡할 수 있는 탈곡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 것이지, 우리를 찔렀던 그 탈곡기의 칼날을 가지고 우리가 칼날을 질렀던 사람들에서 되돌려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복수는 아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라야만 정의가 불의를 정당하게 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상철 -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만약 다음에 정권을 잡게 된다면, 과거 참여정부에서 했던 것과 같이 원칙과 상식의 길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MB정권에서 저지른 많은 부당함 부조리함을 바로잡기 위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강력한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느냐,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복수의 개념이 아닌, 예를 들면 BBK 수사등 사실대로 돌려놓는 작업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언론개혁과 검찰개혁등 그러한 것은 복수의 차원가는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안희정 - 60년 전의 4.3항쟁의 역사를 바로 잡는 데에도 60년이 걸렸습니다. 몇 년 전의 일을 권력 잡았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런 측면에서 봅니다.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세 분은 한국사회의 전통적 주류집단이 권력을 잡은 예가 아닙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 되어서 끝내 곤란을 겪었는지 한 번 잘 봐야합니다. 감영삼 대통령 초기에 하나회척결하고 금융실명제 했을 때, 나머지 임기 내내 어떤 과정을 통해 고립되어 왔는지를 지켜봐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 수많은...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방개혁안을 그렇게 꿋꿋하게 지켜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현재 당하고 있는 인간적인 고통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이나 되니까 그 만큼 버티는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진보진영의 집권적 밑천이 대단히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권력 잡았다고 그 권력을 자기가 행사하면 힘의 파워가 다릅니다. 현 국방부장관한테 너 옷 벗고 나서 샤워 후에 탕에 올 수 있나 한번 보자고 협박하는 것이 통하는 사회, 바로 이 현실이 패거리 사회, 그 패거리 사회가 가지고 힘이 대통령 권력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 그 크기가 더 커지면 우리도 마음껏 살 수 있냐?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요? 저는 이제 그래도 그건 방법이 아닐 겁니다.
그 이유는, 저는 역사적으로 승자가 되고 싶은 겁니다. 승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승자가 된다는 얘기는 우리가 믿는 역사적 정의가 시대의 대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가 믿는 그 역사적 정의가 바뀔 수 없는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조중동을 권력 잡았을 때 길 좀 들이지 아니면 한 놈 절단 내든지..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방식이 있을까..뒷조사해야 합니다. 뒷조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런 법적 외의 것까지 동원해서 싸웠을 때, 싸움을 실제로 이겨도 패자가 된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탄압을 했을 때, 그쪽에게 탄압받는 자의 정당성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든 동지들과 네티즌들에게 진정으로 이기는 길을 찾아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될려면 앞으로는 정권인수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초기내각을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들로 초기 내각을 꾸릴 수 없는 그런 대통령은 그만 만들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정권 인수위 꾸렸지만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들, 자기를 위해 오랫동안 일해 왔던 사람들로 내각을 못 짰어요. 바로 이 현실을 우리가 극복하자, 그것이 바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역량 아닙니까? 그래서 그럴 때여야만 우리가 이 억울함을 끝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상철 - 그런데 이 주제는.. 대선 인터뷰 같습니다.(웃음) 주제를 바꾸어서요, 엊그제 서프라이즈에는 강금원 시그너스 회장께서 안희정 최고위원을 격려하는 글이 대문에 올랐는데요, 강금원 회장께서는 안희정 최고위원께 ‘내가 유일하게 정치를 하라고 격려했던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안희정 - 감금원 회장이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뭐.. (웃음) .. 강금원 회장님이 저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처음 만나고 나서 10여년 이 지난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님과 기업인으로서 그분이 나름 원칙을 지키면서 교분을 쌓아왔던 분이 저를 격려해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죠.
신상철 - 강금원 회장께서도 가장 최근까지 많은 고초를 겪으셨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나시는 그 순간에도 옥고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안희정과 강금원, 강금원과 안희정은 영원한 멘토와 동지로 표현되기도 합니다만, 안 최고께서 보시는 강금원 회장은 어떤 분이십니까? 두 분의 동지적 관계를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희정 - 노무현 대통령 같으신 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계에서 자기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갖고 부당하거나 옳지 않은 것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임기내내 국정을 지켜왔다면 강금원 회장님도 기업인으로서 자수성가해 온, 정경유착을 했다든지, 관급공사의 특혜를 입었다든지, 이런 것 없이 섬유업종에서 자기의 기술과 노력으로 자기의 기업을 키워왔다는 측면에서 자기 인생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닮았습니다. 참으로 재미난 것이요, 노무현 대통령을 도왔던 분들은 다 그런 분들입니다. 기존의 기득권 집단에 편승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나눠먹는 구조를 통해서 승승장구하신 분들이 아니라 바닥으로부터 자기 실력으로 자기를 쌓아왔던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셨습니다. 바로 그런 역사가 강금원 회장님을 볼 때마다 선택한 행로는 다르지만, 한국사회의 기득권 질서가 가졌던 반칙과 특혜라는 역사를 거부하고 자기 실력으로 승부해서 성공해온 역사라는 측면에서 똑같은 인생의 궤적이다. 그래서 그 원칙과 소신으로 반칙과 특혜의 시대를 끝내자던 그 시대정신에 함께 공명했던, 함께 피었던 꽃들이다. 꽃이라 친다면 같은 과에 속하는 꽃들이다라고 봅니다.
신상철 - '시대정신에의 공명'.. 참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십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어느 자리에선가 안희정 최고위원님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마음이 지금 대통령님의 빈자리를 보며 느끼시는 안희정 최고위원의 마음이라고도 생각되는데요, 노대통령님께서 택하실 수밖에 없었던 그 길, 이제 일년이 되어가는 지금 안 최고님께서..
안희정 - ..... (이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할 질문이었나 봅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아무 답변도 하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져, 황급히 질문을 거두어 들여야 했습니다.)
신상철 -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의미에서 다시 6.2 지방선거 이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안 최고께서는 오랜 시련과 고난을 겪으셨고, 민주당에서 적지않은 친노인사들이 탈당하는 가운데에도 평당원으로 민주당을 꿋꿋이 지키셨고, 결국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됨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재기에 성공하시고 이제 충남 도지사라는 의미있는 자리에 도전장을 내셨습니다. 안희정 최고위원께서는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뿌리쳤다는 말씀을 하셨을 만큼, 이번 지방선거를 일찍부터 마음에 두고 계셨던 것 같은데 충남 도지사에 도전하시면서 남다른 각오 그리고 하시고 싶은 말씀은 ?
안희정 -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올렸습니다만,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자던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는 이어져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못 다한 숙제이기도 했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깨어있는 시민, 조직된 시민, 행동하는 양심, 민주주의 속에서 주인 되는 세상, 이것은 지역의 연고주의를 가지고 정치하는 정당이 이루어낼 수 있는 꿈이 아닙니다. 그것은 극복해내야 합니다. 그것을 극복해 내는데 저는 영호남의 패권적 지역정당의 틀 내에서 충청도라는 지역의 지역정당으로 가느냐, 정책과 노선으로 확정되어지느냐, 그 싸움에서 제가 이긴다면 저는 영호남의 패권지역 정당 구조를, 모두에게 그 구조를 해체시켜 나갈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95년도에 노무현 대통령이 영남에서 단 한차례라도 당선이 되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영남사람들부터는 영남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자기가 영남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도 되고 자치단체장이 된다면, 옛날 민주당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영남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영남의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한테 그렇게 탄핵을 하고 강아지 취급을 하듯이 그렇게 모욕을 줄 수 있었을까요? 지역에서 뿌리를 가져야 합니다. 지역에서 뿌리를 갖지 못하면 절대로 어렵습니다. 자기의 지지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의 지지기반을 그러면 노사모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사모가 실제적으로 현실의 제도정당 정치인들과의 싸움에서 노사모와 개혁당이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의 힘이 안 되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지역정당구조를 깰 새로운 대안 그룹이 있어서 기존의 지역정당구조를 깨버렸으면 좋겠지만 개혁당과 같은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 진영 많은 분들이 그 꿈을 꾸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 지역정당 구조 내부로부터 변화를 시켜내지 못하면 외부의 힘을 가지고 이 성을 공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긍정적으로 보아) 힘으로 상대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절대로 굴복되어지는 역사에 평화는 없습니다. 타협되는 역사에 평화가 있는 것이지, 굴복된 질서로부터 평화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정당 내부에서, 현재 진영 내부로부터 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공천을 주지 않아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이유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험난한 삼국시대를 또 맞아야 합니다.
그 힘을 친다면 천만 노동조합의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민노당이 왜 오늘처럼 집권의 꿈일 이루어내지 못합니까? 지역의 기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역주의 정당을 이용해먹자라는 뜻으로 해석될까봐 말을 하면서도 두려운데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3당 합당 이후로 여야로 구조로 경직되어있는 이 피할 수없는 구조를 존중하면서 그 내부에 동력을 만들지 않고서는 외부의 힘으로 이 정당구조를 완전히 굴복시켜내기라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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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 예,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고 그 질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자는 말씀이시죠? 끝으로 충남도지사, 자신있으십니까?
안희정 - 예. 노무현 대통령이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는 줄 알어? 폭풍이 어느 구름에 들어있는지 누가 알겠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그러면 불가지론에 입각해야 합니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어느 구름 밑에 서있겠습니까? 그럼 불가지론에 빠져야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소신있게 늘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저 역시 역사와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다는 것을 역사의 진실을 다 아는 것처럼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제가 가는 이 길이 역사가 승리하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저는 반드시 새로 만들어 낼 자신 있다, 그것은 1980년 고등학교 1학년 어린 나이에 계엄사에서 두들겨 맞으면서 인생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던 30년 내 인생 밑천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밑천이 바로 제가 이야기하는 충청도의 새로운 꿈, 충청시대의 지도자,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저의 이 이야기를 이 평범한 이야기를 안희정이 했을 때라야만 그 맛이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런 점에서 제가 말한 30년 역사의 진실이 저를 승리의 길로 이끌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상철 - 출판기념회가 예정되어 계시죠?
안희정 - 네, 3월 1일로 예정되어 있구요, 분권시대에 대한 원리에 대해서 지방자치에 대한 기억과 분권시대의 길에 대한 저의 정치 소신에 대해서 정리를 했는데.. 조금 제한되어 있습니다. 포괄적인 김대중 노무현 시대라거나 정치적 포괄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음.. 출판기념회에 너무 많은 기대를 안 하셨으면 (웃음). 사실은 선거 앞두고 제가 분권시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출판회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모이는 계기가 필요한 측면 때문에 서둘러 출판을 하게 돼어 출판에 대한 큰 기대에 어떻게 충족을 시킬지 걱정이 됩니다.
신상철 - 끝까지 겸손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군요.(웃음)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1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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